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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교육 제도


네팔의 학교는 "이스쿨"과 "깔리지", 그리고 "유니버시티"로 나뉜다. "이스쿨"은 아마도 "Elementary School"의 약자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깔리지"는 "college"를 네팔 식 발음으로 말할 때의 음을 따온 것이다.

도시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이스쿨"과 "깔리지"를 졸업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중-고등 학교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깔리지" 학생이라고 해 대학생으로 이해했는데, 특이하게도 네팔에서는 "깔리지"가 고등학교 개념이었다.

"이스쿨"은 한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들어갈 나이 즈음 부터는 총 10학년으로서, 초등-중등 교육으로 볼 수 있다. "깔리지"가 총 2학년이니, 이스쿨에서부터 깔리지 까지 전체 12학년은 우리나라의 초-중-고교 12학년과 같다.(우리나라 나이로 여덟살 때 쯤 시작하는 시즌 부터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 전에 4~5살 때 쯤 부터 시작하는 이스쿨을 총 합하면 이스쿨만 13학년이자만, 한국으로 말하면 유치원 개념까지 포함하는 기간이기에, 한국 나이 여덟살 때부터 시작하는 본격적인 그곳의 이스쿨 교육과정으로 부터 깔리지 까지의 기간...)

한국의 초-중-고 교육과 다른 점은 이스쿨과 깔리지에서도 매 해 학년이 오를 때 마다 큰 시험을 치른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낙제가 되는 이들은 높은 학년으로 가지 못 한 채, 다음 한 해 동안 새로운 학년으로 오르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기다리면서 다시 공부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치르는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어린 학생들도 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정도 되는 경제 수준의 네팔인들이 부담하기 어려울 만큼 이스쿨과 깔리지 교육에 큰 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무상 교육이 없는 네팔의 사정 상 한 해를 더 공부해야 한다면 같은 학년에 이중으로 학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가 해를 거르지 않고 새 학년으로 진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매 학년 마다 시험이 가까워져 오면 자녀들의 공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마을의 공부 잘 했던 대학생에게 작은 돈을 모아 주면서 단체 과외를 의뢰하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 특이한 건 이스쿨 마지막 학년인 10학년 때에는 한 해를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점이었다. 이 때 모든 10학년 학생들은 하루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와 기숙사에서 공부와 숙식하는 생활로 일년 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10학년 때의 학비와 기숙사 생활비는 초-중-고 교육 과정 중에서 네팔의 부모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성적이 뛰어나 학비가 면제, 또는 할인되는 몇몇 장학생들이 아닌 대다수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평년 보다 서너 배 더 많은 돈을 주고 자녀의 기숙사 비용과 학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네팔의 초-중-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영어이다. 이유는 네팔의 현실을 보면 이해가 된다. 관광국가인 만큼 여행자들을 상대할 때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국 내에 직업이 적은 사정으로 인해 많은 네팔인들이 외국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 현실 또한 네팔에서 영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내가 느낀 네팔인들의 영어는 실용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영어 교육을 받은 이들은 아이들에서부터 노인들까지 웬만한 일상적 대화가 가능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을 통해서도 수많은 돈을 쓰면서 영어 교육에 정성을 바치는 한국인들보다 일상적인(실제로 써먹을 만한) 회화에서는 훨씬 낫다. 아마도 문법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보통 교육을 받은 이들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교제 역시 영어로 된 책들을 꽤 사용하고 있었다. 한번은 8학년쯤 된 동네 꼬마 녀석의 너덜너덜한 교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온통 영어로 씌어진 교제였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이해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말한다. 물론 읽기와 쓰기, 그리고 듣기와 말하기는 모두 다른 영역인 만큼, 표현할 때에는 그 영어책에 씌어진 글들을 이해하는 것 보다는 못 할지 몰라도, 그곳 아이들의 영어 교육 수준을 짐작해 볼만 했다.

내가 만났고 지금 쓰고 있는 네팔의 교육 환경은 짧은 시간 동안 피상적으로 그들의 교육에 대해 지나가듯이 느낀 것에 지나지 않다. 그런데도 무척 아쉬웠던 건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교육, 그리고 역사와 체육 수업이 일반적인 네팔의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처럼 초등학교 때라도 예체능 교육을 배우지 않을까 하고 물어봤지만, 특별한 사립 학교가 아닌 이상 한국의 초등학교 정도 되는 시절에도 음악이나 미술, 체육 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역사 교육 또한 네팔어 시간에 통합된 정도인 듯 했다.

교육의 실용성을 따질 수밖에 없고, 정부와 교육기관에서 선택한 주요 과목들(주로 영어, 네팔어, 수학, 경제, 상업, 컴퓨터)만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그것을 배우기에도 벅찬 열악한 교육 환경의 나라이긴 하지만, 예체능과 역사 교육이 별도로 없다는 건 큰 아쉬움이었다. 이 안에서 자라나지 못 할 예능적, 체육적, 혹은 역사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생각해 보면 한국의 교육 역시 다르진 않다. 네팔에 비해서는 수치적으로 훨씬 높은 삶을 누리고 있는 한국일지 몰라도, 교육 환경에 있어서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 없을 듯 했다. 해가 갈수록 예술, 체육 교육이나 역사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보면 우리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부모님들이 허리가 휠 정도로 돈을 쏟아 부어 공교육과 사교육을 시키고, 해외 어학연수에 유학까지 보내는 풍조 치고는, 오바마가 예찬한 것만큼 우리의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란 느낌이 들던 건 왜일까.

이 글은 네팔을 아주 짧게 여행하면서 그곳의 교육에 대해 잠깐씩 관심을 가져본 것에 지나지 않다. 다만 나는 그곳의 교육제도가 한국을 닮아가지 않기만을 바란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그곳의 영어 교육만큼은 효율 면에서 한국 보다 훨씬 낫다는 느낌을 준 것처럼, 다른 과목들에 대한 교육 또한 그들이 가진 장점을 잘 살려 누구나 누릴 수 있으면서, 공교육만으로도 초-중-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예체능이나 역사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전인교육의 방향으로 그들의 교육이 나아가기도...

네팔의 교육 환경에 대해 도움말을 준 보비, 디퍽, 그리고 다른 네팔 친구들의 조언에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