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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네팔을 여행하며 느낀 몇 가지 문화 차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이긴 하지만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상추에 삼겹살을 싸먹는 것처럼 손으로 음식 먹는 문화가 꽤 있다. 서양에서도 빵이나 샌드위치를 손으로 먹을 때가 있듯, 숟가락 같은 도구를 사용해 먹기 불편한 음식뿐만 아니라 손으로 먹어야 더 맛이 나는 음식들도 있다. 그리고 이처럼 손을 사용할 때가 있는 식사 문화는 인류의 보편적 성향인 듯 하다. 가령, 막 담근 김장 김치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 보다 손으로 ‘쭉’ 찢어 먹을 땐, 도구 사용의 편함/불편함과는 별개로 ‘맛’ 부터 특별하지 않은가.

네팔과 인도인들이 곧잘 손으로 식사하는 문화도 그런 의미로 이해하고 싶었다. 편함/불편함의 실용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맛’의 측면에서 이들의 음식 문화는 손을 사용할 때 더 깊은 맛을 낼 수도 있지 않을지….

한편, 이곳에 와 보니 이곳 사람들은 식사 전에 손을 매우 깨끗이 씻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손으로 식사하는 문화라고 해도 지금은 숟가락 문화 또한 많이 보급돼 있다.

그런가 하면 식사 중 타인의 손이나 수저-젓가락-포크 등으로 집어 옮겨주는 음식엔 살짝 거부감을 느끼는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 김치나 밑반찬을 각각 하나의 접시에 놓고 여러 사람이 집어서 먹는 식사 문화와도 다르다. 보비따 집에 한국 음식을 사갔을 때 김치와 반찬을 펼쳐놓자 어머님이 부엌으로 들어가 스푼을 가져오시더니 반찬 담은 은박종이 위에 내려놓으신다. ‘이 공용 스푼으로 각자의 밥 그릇에 반찬을 덜어내 먹으라’는 정도의 의미였다.

이러한 정서 상 가족처럼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고 해도 같이 찌개를 떠먹는다거나, 물잔, 술잔을 돌려 마시는 문화와는 많이 다른 식사 문화로 보였다. 사실 이런 식사 문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라 굳이 이곳이 아닌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지만, 어쩌면 이곳 사람들에겐 힌두교의 종교적 의미까지 더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식사하는 얘기로 시작했는데 조금 다른 얘기를 한다면, 네팔인들은 긍정의 뜻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과 같은 의미로서 고개를 좌우로 한번씩 왔다 갔다 한다. 처음에는 갸우뚱거리는 것도 같고 약간 거만한 느낌도 들었지만, 흔쾌히 '오케이'하는 뜻임을 이해한 후에는 이들이 '까딱' 거리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귀엽기 까지 하다.

네팔인들이 공동 빨래터나 강가로 빨래를 하러 갈 때는 빨래만 할 때도 있지만, 빨래를 한 후 목욕이나 머리를 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은 이것을 자주 같이 하는 듯 했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이들만이 하는 목욕법이 있다. 긴 천과 같은 옷을 가슴 윗부분에서 종아리 정도까지 감싼 채 정성껏 머리를 감고 몸을 닦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선녀와 나무꾼"처럼 숨어서 이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본 건 아니다. 집 안까지 물을 끌어오는 하수도 문화가 적은 네팔의 사정 상, 버스를 타고 산간지역을 지날 때나 어느 도시에 가 걸어가다 보면 이런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광경은 이곳에서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이라 누구도 한국의 변태 아저씨들처럼 음탕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 성인 남성들은 근처를 지나가더라도 몸을 닦는 여성들을 오래 바라보거나 멈추어 서있지 않는다. 처음엔 신기해 잠깐 바라봤던 나도 이제는 이들을 만날 때 재빨리 얼굴을 돌린 채 지나가 준다.

한번은 이처럼 빨래와 목욕 같이 하는 문화를 몰라 일어난 해프닝이 있었다. 강으로 빨래하러 간다는 보비따에게 빨래 바구니가 무거워 보여 강까지 들어다 주고 같이 빨래를 도와주겠다며 따라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보비가 여느 때와 달리 강하게 괜찮다 말하고, 옆에 있던 보비의 오빠 디퍽은 더욱더 강하게 괜찮다며 날 만류한다. 빨래가 매우 힘드니 나는 쉬라며 손까지 내밀어 앉으라면서….

홀로 보비가 빨래하러 간 후 난 보비의 빨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디퍽에게 다시 말했다. 같이 강으로 가 빨래를 돕자고. 이 때까지만 해도 집으로부터 먼 곳에 보비와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을 걱정한 건가 하고, 일부러 디퍽에게 같이 가자 한 거였다. '네가 보호자로 동반하면 되지 않냐', 하는 의미로….

함께 가 빨래를 하자고 거듭 말하니 디퍽도 어쩔 수 없겠다는 듯 앞장서 나를 강가로 인도한다. 강에 도착해 혼자 빨래하고 있는 보비 옆에 자리 잡고 앉아 보비가 비누칠 하고 브러쉬로 민 옷들을 받아 흐르는 강물에 헹군 다음 디퍽과 함께 옷을 쥐고 짠 후 바구니에 담았다. 이렇게 빨래가 잘 마무리 된 후 물기를 먹어 더 무거워진 빨래감을 들어주기 위해 보비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데 디퍽이 대신 말한다. 보비 혼자 할 일이 있으니 우리 먼저 가자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 때부터 비로소 눈치를 챘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를….

군말 없이 나는 디퍽과 먼저 산길을 올라 집으로 갔다. 그리고 디퍽에게 말했다. "보비가 빨래하러 갈 때 같이 가려 하니 괜찮다 한 걸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무슨 뜻인지…. 미안하다, 몰랐다…." 그러자 디퍽도 웃으며 괜찮다 한다.

이후 한 시간은 족히 넘었을 시간이 지나서야 보비가 마무리 지은 빨래들을 가지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평소 묶고 있던 보비의 머리는 물에 젖은 채 목을 타고 어깨 아래로 흘러내려온 모습이었다. 마중 나가 바구니를 들어주자 보비는 고개를 숙인 채 날 보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떠오르지 않거나 내가 아직 만나지 못 한 문화 차이는 더 많을 듯 하다. 그러나 언제든 생소한 문화를 만나게 되더라도 현지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내가 아는 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불만을 토로하게 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다름'에서 올 수 있는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여행의 즐거움 또한 더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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