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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신의 삶을 숨기지 않은 채 당당히 말할 줄 아는 그들을 보며


어찌하다 보니 여행을 갔다가 사랑에 빠져 힌두 소녀와 인연을 써나가고 있는데 문득문득 놀랄 때가 많다. 오늘은 통화하는데 자신과 결혼 후에는 내가 신을 갖길 원하고, 힌두 신이길 바란다고 한다.

종교와는 천생 인연이 없지만 나름 마음이 열려 있다고 자부하는 내게도 뜻밖의 말이었다. 우리가 더 긴 생을 함께 하게 된다면 사원에 가고 신을 향해 기도하는 널 잘 도와주겠지만 나는 영원히 자유롭게 살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내가 신을 갖길 바라는 마음을 지우지 못한다.

많은 부분 이해하며 어울릴 수 있는 그녀란 걸 느끼기에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녀의 당당함은 늘 신선하다.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서라도 나도 모르게 무시할 수 있는 그곳이긴 해도 내가 더 강렬하게 느끼는 건 그들의 깊고 튼튼한 세계들이다.

단지 종교 문제에서만 그런 건 아니었다. 나와는 무언가 다른 주관들이 불쑥불쑥 표현될 때가 참 많았다. 가령 맵고 신 맛 많은 한국음식을 다른 문화 사람들이 먼저 싫어하기도 전에 배려(?) 해 색다르게 내놓는 것과 같은 한국 식 소심함은 그곳을 여행하며 보기 힘들었다.

그간 주변에서 우리나라 보다 더 형편 좋은 곳 사람들과 만나는 한국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상대에게 맞춰가려 하는 노력을 많이 봐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사람들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자신이 바라는 바와 살고 있는 삶을 꾸미지 않은 채 표현할 줄 아는 이 작은 나라의 어린 여인을 보노라면 생각도 깊어지고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더 만나고 느끼고 배우고 싶다. 가난하지만 자신의 문화와 세계를 가지고 사는 그들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