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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히말라야와 사원들로 많이 알려진 네팔의 또다른 모습, 치트원 국립공원



히말라야와 사원들로 가득한 네팔에서 터라이 평원으로의 여행은 색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었다.
네팔과 인도의 국경을 넘어 바라나시로 가며 보았던 북인도 평원의 모습은 사막이 연상될 정도로 와일드했던 반면,
남네팔의 끝없이 펼쳐진 터라이 평원은 만개한 유채꽃의 출렁임과 나무들로 인해 화려한 색깔을 자랑한다.
작은 나라이지만 매우 다양한 자연과 색채를 가진 네팔은 이처럼 여행객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다.
터라이 평원을 지나 도착한 정글의 도시 치트원에서 또다른 네팔을 만나보자.










롬비니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치트원의 첫 인상은 키 높은 나무들로 빼곡한 숲 속 도시의 느낌이었다.
버스 차장이 치트원에 도착했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이곳이 치트원이구나', 라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커다란 강도 눈에 들어온다.
치트원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나라여니 강"과 정글 안을 흐르는 "라뽀티 강"이 있다.
정글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는 "소우라하"로 가기 전에 찍은 사진이니 이곳은 아마도 나라여니 강이었을 듯 하다.








"소우라하" 까지 가는 길엔 버스나 택시가 없다.
지프나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나는 당나귀 마차를 탔다.
덜컹거리며 느긋하게 굴러가는 마차의 뒷자리에 앉아 바라본 거리에서는
평탄한 길이 많다 보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소우라하에 도착하니 태연하게 길을 가는 코끼리를 볼 수 있었다.
'이 곳이 치트원 국립공원'임을 보다 실감할 수 있던 풍경.
그렇게 늦은 오후를 지나 치트원에서의 첫날 밤을 맞았다.








다음날, 치트원의 아침은 안개로 자욱하다.
떠오른 태양 마저 지우지 못하던 그곳의 깊은 안개...
































정글의 도시에 왔으니 코끼리 투어를 안 하고 떠날 수 없었다.
두 녀석들이 마치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




















코끼리 드라이버들은 코끼리의 귀를 발로 차며 방향을 잡는다.






호랑이와 코뿔소는 못 봤지만 악어를 만날 수 있었다.
두려움 보다 반가움이 앞섰던 건 든든한 코끼리 덕분일 듯...




















한 시간 정도의 코끼리 투어를 마친 후 힘 좋고 착한 데다 든든하기 까지 한
코끼리를 타고 세계 일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이동 중엔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무척 까다롭다는 점.








산간 지역이 아닌 네팔에서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나나 나무.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무척이나 그리운 그곳 정경 중 하나.
























































자전거를 빌려 치트원의 좀 더 깊은 마을들을 향해 정처 없이 거닐다 내게 인사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나의 초상화를 그려준 고빈은 세 누이들 사이에서 외아들로 자라 그런지 보기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다정한 열아홉 소년(?) 이다.








이날 이 집에서 네팔에 온 후 가장 화끈한 데쉬를 받아봤다.
왼쪽의 락스미는 이 집의 첫째 딸로 내게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네팔에서 타이트하고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아마 락스미가 처음이었을 것 같다.
고빈이 내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이 내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락스미의
날씬한 다리를 훔쳐봤었다는 사실을 여기에서나마 고백한다.
가운데의 둘째 딸 수스마는 몽골리안 계 느낌이 나는 얼굴의 작고 어여쁜 아가씨이다.
영어를 못 하는 듯 나의 말들을 동생인 엣소다가 실시간으로 통역해 주느라
직접 많은 얘기는 못 나눴지만 무척 착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른 편의 엣소다는 이 집의 막내딸로 키는 제일 크지만 막내 답게 장난기를 감추지 못 한다.
고빈의 초상화 모델이 되는 사이 거울로 햇빛을 쏘아대는 바람에 내가 눈을 찡그리자 언니 락스미 한테 혼나고 말았다.
실제로 보면 안젤리나 졸리를 닮아 성숙미 물씬 풍기던 엣소다가 사실 제일 마음에 들었지만 표현할 자리는 아니었다.
사진으로는 세 자매의 젊음과 따뜻한 눈빛, 그리고 네팔 여인들만이 가진
특유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 했지만 나는 그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
고빈, 락스미, 수스마, 엣소다, 모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