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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9일 간의 여정, 무스탕 트레킹 첫날의 풍경



남 네팔의 터라이 평원을 거쳐 동부의 일남을 여행한 후 복귀한
포카라에서는 다시 새로운 여정을 위해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류시화 시인님께 조언을 구한 후 생각하게 된 무스탕 트레킹.
인도로 가는 버스 티켓을 알아볼 때 내가 원하는 조건을
가장 잘 맞춰줬던 "사시"와 함께 트레킹 계획을 짰다.
그로 부터 소개받은 포터 친구 "찬드라"와 떠나는 트레킹 첫날,
나는 미지에 대한 걱정도 함께 안은 채 베니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베니에 도착한 정오 즈음 부터 시작된 트레킹은
"보이세리"라는 작은 마을까지 이어진 짧은 걸음이었고,
여기에 올리는 사진들은 무스탕 트레킹 첫날의 짤막한 소감이다.













포카라에는 두 개의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 있다.
그간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만 이용하다 베니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처음 방문한 "올드 버스 파크"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아직 잠에서 덜 깼다는 듯이 짙은 안개와 구름 사이로 겨우 눈을 뜬 모습이다.























버스가 잠시 정차한 마을, 눈으로 하는 숨바꼭질에서 내게 잡힌 꼬마.









베니로 향하는 고지대의 고속도로에서 마주친 마차푸츠레는
안개와 구름을 타고서 마치 천공의 성처럼 하늘에 떠있는 것 같았다.



























겨울의 매마른 텃밭도 그녀의 고된 작업을 통해 다시금 푸르러 지겠지.
인적 드문 무스탕에서 밭을 일구고 있는 여인의 원색 옷차림이 황무지의 꽃과도 같이 느껴지던 순간.





















보이세리로 가며 들른 힌두 사원에서는 어린 승려들을 만났다.









아직 장난기 가득한 나이의 소년들은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이 먼 사원으로 까지 오게 됐을까.









흙먼지 속에서도 보석처럼 빛을 내던 아이와...









무스탕 지역을 흐르는 "검은 강"이라는 뜻의 "칼리 건더기" 강물 마저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던 아이들...









자신이 쓰고 있는 모자에 수놓인 태양 보다 빛나던 꼬마 요정까지...









베니에 도착했을 때 매마른 흙길과 거친 자연에서 오던 첫인상을 지워내며
무스탕은 숨겨두었던 아름다움을 아주 조금씩 꺼내 보여주었다.
마치 내게 더 좋은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기 원한다면 이 거친 길을 더 걸어가라고 말하는 듯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 무거운 짐을 진 채 걸어가는 찬드라의 뒷모습은 인생을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서먹했던 아침과 다르게 먼지와 모래 바람 속에서도 웃음을 보이기 시작하던 찬드라.
무스탕에는 바람의 신이 산다.
그 신이 화를 낼 땐 거친 흙먼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채 걸을 수 밖에 없는 곳.









보이세리에서 묵은 게스트 하우스 내부 모습이다.
큰 창문 위에 난 작은 창에는 문은 커녕 커튼 조차 없어 바람과 함께 쥐가 단체로 들어올까봐 두려웠던 밤.
이 정도 되는 곳에서 묵고 나면 어떤 숙소를 만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 부부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감자 요리 한 접시 시켜 찬드라와 맥주를 나눠 마셨다.
소박하지만 모든 것들이 맛있고 근사해지던 무스탕 트레킹의 날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며 나누던 담소와 맥주 한 잔의 기쁨 덕분에
배낭과 함께 짊어지고 왔던 걱정거리들을 버린 채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가장 걱정했던 쥐는 내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