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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여행 폐광이 된 도시엔. 거무스름한 안개도. 막장의 술꾼도 없다. 무엇이 이 도시를 치료해 주었나. 병든 폐도 없을 이 청결한 도시에. 찌든 가슴 쥐고 숨어들어 본다. 석탄의 내음도. 폐쇄된 탄광도 없는 곳 살며. 얻은 몹쓸 병들 숨긴 채. 이곳에 왔다. 더보기
광장에 간 날 다시 가지 않겠다. 다짐한 광장에 또 발을 들여놓는다. 머무르는 곳. 꿈을 숨긴 채 지나가는 곳. 이루어질 듯 부푼 사람들 속. 외롭고 싶지 않은 곳. 기억 저 편에서 다시 건너야 하는 강. 늘 혼자 남아 쓴 패배의 뜰. 더보기
서울시장 선거 밤 새 보고 일해야 하는 날 광장에 핀 꽃들도 지고. 밤새 논 혀도 감긴다. 눈 안 가득 핀 실핏줄 새. 잊었던 일정들 가득. 감을 수 없는 눈. 다시 꺼내놓아야 하는 혀. 나아가 피워야 할 만남의 장미. 어제밤과 다른 게 없으나. 어찌 이리 버거운 짐이어야 하는가. 더보기
그녀와 함께 벗어도 보이지 않고. 감춰도 알 수 있을 듯 한 게. 그녀의 몸이다. 그녀가 걸을 때. 쫓아가 열어볼 수만 있다면. 내 여자로 만들 수 있겠네. 무심히 넘어가는 그녀 앞에. 관념을 실어보내네. 인생의 반을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 날려보내네. 더보기
당신 마음 비와 같다면 비가 오면 당신 생각이 난다. 당신이 눈물 흘리는 것 같아 슬프고. 비를 부르신 것 같아 반갑다. 너그럽지 못해 미안했는데. 당신이 편안할 수 있다면. 내게 비를 뿌려주시라. 당신의 마음이 비와 같다면. 늘 당신의 비를 맞겠네. 더보기
장터목에서 비박을 하며 산 속의 밤은 별들이 모여 만든 담요를 덮는 것이며. 눈을 감는 것은 별들 속으로 사라지려 하는 것이다. 산 속의 꿈은 저 별들과 함께 자려 하는 것이며. 산 속의 아침은 별들을 다시 보고 싶어 일어나는 것이다. 더보기
여행의 짐 떠나온들 못 버린 짐은 끝내 무겁고. 아물지 않고 얼룩져 살이 된 기억 손톱처럼 자란다. 떠남은 또다른 곳으로 기억의 모를 옮겨 심는 일일 뿐. 떠나지 못함에 무거운 여행길. 더보기
별이 되기를 사는 것 보다 어려운 건 시를 쓰는 것이며. 시를 쓰는 것 보다 어려운 건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 보다 어려운 건 혼자가 되는 것이며. 홀로 된 별은 스스로 빛나기에 외롭지 않다. 더보기
그들 사이 내가 있다 외로운 건 혼자일 때가 아니다. 피아니스트가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는 건반. 악보 속 존재해야 하는 음표. 너와 건너편을 위해 내가 있어야 할 때.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현을 켜야 할 때. 너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있어야만 할 때. 더보기
떠나온 내게 코 속을 파고 드는 비 냄새에 머리 속은 가을이다. 과일이라도 나눠 먹을 사람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누릴 수 없는 영원이 싫어 혼자가 되었지. 잠깐의 사랑들이 지긋지긋해 떠나온 내게. 비가 잠시 허전함을 전한다. 더보기
세살의 언어  말 배우기 시작한 세살 어린 아이 본 이들은 안다. 나는 그 아이의 말 잊지 못해 슬픈 사람. 아가의 예쁜 말들 내 앞 어설픈 꽃잎처럼. 힘겹게 날아오던 날 그리워. 나의 시도 늘 녀석의 세살이면 좋겠다. 더보기
시인의 아침 산 속 마을 시인이 오신다. 마당 쓸려고 빗자루 가져온 그가. 저 멀리 비질을 할 때. 아침도 풀잎도 새소리 비질 소리와 어울어져. 시로 씌어지고 있었다. 그날 아침은 운율로 가득한. 시인이 시를 쓰던 작은 종이 같았다. 더보기
혓바늘 나의 혀는 광부의 팔처럼. 석탄을 캔다. 검고 딱딱한 사람들의 탄광 속. 부드럽고 친절한 곡괭이질로. 노동하다 집에 와 나를 위해. 따뜻한 말 건네고 싶어져. 다시 혀를 굴리다 보면. 장미꽃 피우고 싶은 맘. 입 안의 가시가 된다. 더보기
이로쿼이즈 인디언 말 달리며 도끼 휘두르는 전사. 형과 나 보안관 돼 그들과 놀았다. 플라모델 헬기 인디언 부족 이름. 모두 전사라 씌어졌어도. 어머니 품 가엾게 살아남아. 시와 노래 돼 다시 내게로 올 땐. 전사의 탈 벗고 대지와 함께. 슬프게 웃으며 온다. 더보기
먼저 우는 노래들 세상에 대해 말하는 그대들이여. 벅찬 가슴 꽉 찬 목 짓누리지 못해 노래하는 가수들이여. 놀지 못하고 일 하느라 지친 여름 지나기 전 미리 와. 곧 가을이 오리라 말하는 성급한 귀뚜라미들 처럼. 밤새도록 헌신하며 올곧게 울어대는 세상의 귀뚜라미들이여. 더보기
친구의 위로 늦여름 미리 찾아와 시원한 계절 귀띔해 주는. 이 여름 남은 무더위 이겨내라고. 용기 주며 씩씩하게 목 놓아 노래해 주는. 밤 새도록 노래해 목이 쉬어 다음 날 아침 노래하지 못하는. 나의 지친 여름 소중한 친구 귀뚜라미들. 더보기
변하지 않는 곡  TV도 끝나고 세상 잠 들어 조용한 시간. 정겹게 울어주네 귀뚜라미들. 어쩜 저리 오랜 세월 일정할 수 있을까. 리듬도 가락도 화성도. 늦여름만 되면 미리 찾아와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의 새벽 교향곡. 질리지 않는 노래. 더보기
시 오는 날 어느 하루 신이 지정해 준 "詩의 날"이 있어. 그날은 모든 사람들이 시가 되어 오면 좋겠다. 수다도 시로 떨고. 밥 먹는 모습도 시가 되고. 일도 시 쓰기가 되는. 동시가 되고 서정시가 되고 서사시가 되어. 비처럼 시가 흘러내리면 좋겠다. 더보기
방해 여름 밤 친구들 노래 소리 방해하는 문명의 잡소리들. 더보기
가을로 가며 귀뚜라미들 내 맘 흔들어 잠 잘 수 없는 새벽. 인생이 여름 지나 가을로 가니. 깊은 밤 놀러와 말벗 되는 친구들로 가득하네. 더보기
먼 길 돌아오며 멀리 떠난 곳 어귀. 작은 성과라도 남기지 못한 채. 홀로 올라와야 하는 출장길. 멀리 갔기에 기대했고. 기대하며 떠난 먼 길이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는 날. 늘 나의 탓으로 자책하는 건.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바람때문에. 더보기
낯선 방 하루종일 목 조인 넥타이 풀고. 세수라도 한 뒤 거울을 보면. 나 같지 않은 낯설음. 먼 거리 서너 시간 동안 이동한다는 건. 짧은 시간 사이 벌이는 공간의 변화. 출장길 모텔의 작은 방은. 먼 미래의 나를 보는 듯 낯선 방. 더보기
먼지처럼, 삶처럼 출장 간 밤은 서울의 밤과 다르지 않고. 사투리 쓰는 사람들을 보고. 다른 맛 나는 음식 먹는 날처럼 됐네. 삶은 늘 떠다니는 구름처럼 이곳저곳 오고가기에. 한낱 먼지가 돼 타향을 갔다 돌아올 뿐. 내 삶은 어디에 있든 별로 다르지 않다. 더보기
출장길 밤바다 출장 길 파도가 일렁일 때. 방 안엔 아무도 없고. 쏴아쏴아 파도소리에 마음 뺏겨. 창문 열고 밤바다를 본다. 달빛 덩그러이 비춰. 파도소리 타고 내 방으로 와주면. 나는 이 새벽 홀로 작은 방에서. 잠 들지도 못 한 채. 창문 밖을 바라만 본다. 더보기
불멸 삶이 어려운가? 죽음은 더 어렵다. 사람도. 인류도. 그리고 저 별들의 삶도. 모두 걱정하는 이들 있어. 사멸하려 해도 살고. 부활한다. 그 모든 건 사랑 때문에. 더보기
눈부신 태양 노트북에서 쏟아지는 햇볕 눈부시다. 불꺼진 방 선글라스 낀 채 바라보고 싶네. 모니터 속 당신의 사진 있기에. 눈이 부시네. 당신은 태양이 내려와 빚어진 여인. 너무나 뜨겁고 눈 부셔 멀었던. 그 때 기억하며. 마음 속 눈을 감아본다네. 더보기
별의 공감 누군가 별을 보았다 얘기할 때. 그를 믿을 수 있다는 건. 나도 별을 본 적 있기 때문. 별은 밤하늘에만 뜨지 않는다. 사람과의 만남. 가깝고도 먼 그 공간들에 뜬다. 내가 본 별들을 믿듯 당신이 별을 본 마음도. 당신이 얼마나 행복했을지. 더보기
늦여름의 등불 초시계 소리 닮은 시어들이 날아와 밤을 밝히네. 달빛도 물러나 불 꺼진 방. 그대 노래소리 듣고 눈 뜨네. 나는 그대 언어를 모르고. 그대 나의 말을 듣지 못하나. 나누고 싶기에 내 방 들어와 새벽을 밝히는. 늦여름의 등불 귀뚜라미여. 더보기
해방의 날 자정이 되면 달처럼 떠오르는 햄버거. 치즈도 캐첩도 달빛 닮아 아름다운 빵. 달리의 그림 속 시계처럼 녹아내린 치즈. 구름 가득 하늘 위 날아오른 빵. 비행접시처럼 하늘 덮은 버거들. 너로 부터 해방된 오늘밤은 나의 독립기념일. 더보기
닮은 달 오늘 밤 뜬 달은 반달. 동생 주려고 반 자르고 남은 햄버거 닮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