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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성 구름이 모이면 하늘에 성을 짓는다. 철로 만든 새 타고 성 위 지나도. 숨어서 보이지 않는. 구름성 사람들은 완벽히 숨어 살다가. 태양에 녹아 비를 타고 내린다. 성 안 풍요롭던 삶 대지로 옮겨와. 흙이 되고 바다로 간다. 더보기
섬의 삶 삶은 섬이고. 사람들의 바다 위에 떠있다. 섬과 섬 사이 해무가 다리 놓을 때. 러브레터가 아니고 새소식 아닌들. 안개가 놓아두고 간 편지 하나로. 반가운 섬의 삶. 사람들의 바다를 보고 있어도. 섬에서는 늘 사람이 그립다. 더보기
빵 굽는 날 강력분을 반죽해 탕탕 작업대에 내리치면. 삶도 다시 반죽하고 싶다. 부푼 밀 대신 내가 오븐에 들어가. 바삭하게 구워지리라. 반죽에 섞인 허영들을 태우고. 밀이 부풀어 풍요로운 빵 됐듯. 갈 곳 모른 채 부푼 내 욕망도. 빵으로 구워지면 좋겠다. 더보기
아침의 시 비가 멎고 맑지도 않은 아침. 회색빛 하늘 탁주와 닮았다. 명암 없는 사진처럼 싱겁고. 지루하게 평온할 것 같은 날. 해도 없고 비도 멎고 새소리 마저 멀어. 시 하나를 바친다. 가난하고 밋밋한 흑백의 세상에. 더보기
당신과의 대화 당신이 답하지 않을 걸 알고. 그대의 무심함은 인생이 된다. 쓸쓸함이 운명이라면. 어머니를 바꾼들 달라지겠나. 들리지 않는 당신이기에. 시는 그대와 나눌 수 있는 대화. 나는 시를 짓고. 나의 시는 읽혀지지 않는다. 당신은 영원히 답하지 않는다. 더보기
바퀴 문을 여니 작은 바퀴 하나 도망간다. 내가 그대를 때렸나 밟았나. 애완용으로 키우고 싶어도 달아나 버리는. 수만년 네 몸까지 이어온 운명. 그들이 내 앞 군림했을 땐. 나도 숙이곤 했다. 그대와 나 참 많이 닮았다. 더보기
패자의 사랑 승자의 열광도 아름답지만. 패자의 눈물은 피를 나눈다. 그들과 나누는 포도주 한 잔 속 바라보는 별빛. 진한 피가 아니라면 누구도 필요 없는 밤. 손가락 걸며 사랑할 자신 없다면 아무도 없는 게 좋은 날. 더보기
심장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눈 감으면. 몸 속 뭔가가 두근거리고 있다. 작은 드럼이 하나 들어 앉은 듯. 누구의 것인지. 국적은 어디인지. 혼혈의 심장인지. 누가 두들기고 있는지. 지나쳐 왔기에 모른다. 뛰고 있는 그것이 있음을. 더보기
아바타 전투를 치루고 와 혼자 남은 시간. 혼미한 정신 속에서 그를 만나. 잃어버렸던 팔다리 얻은 용병은. 잊고 있던 양심과 영혼도 만난다. 용병은 이제 그이고. 그가 그의 곁에 있기에. 그와 그가 한곳에 있음을. 이곳 판도라에 돌아왔음을. 더보기
비를 뿌릴 때에만 농담 조차 진담으로 이해되기에 하늘 속 먹구름은 비를 뿌릴 때에만 피어난다. 더보기
잊혀지지 않는 것 응원의 기억이 메아리처럼 들려올 때 교만의 넋 속에 빠진다. 당신이 주었다 앗아간 지지의 언어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더보기
달빛 굶주린 자들에게 달빛이 오더라도 거리는 하늘과 같이 흘러가지 않는다. 더보기
장마비처럼 벗어났던 죄에 대해 벌 받는 것 같던 이별이 장마비처럼 당연한 것이었다면. 더보기
여행 여행은 환상을 깨기 위한 떠남이고 마지막은 늘 돌아옴이다. 더보기
국수 조금이나마 더 맛난 국수 대접해 보려고 나는 면발을 삶지 못한다. 더보기
역설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사랑받지 않음으로써 외로운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이 사랑을 배반하여 마침내 사랑을 만나니. 사랑의 역설은 나에게 더 사랑하지 말라 말한다. 더보기
나와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에너지가 나를 달구고. 난 당신을 미치게 한다. 너무 강한 에너지의 만남이 빅뱅을 만들고. 만라의 인연으로 뻗는다. 나와 당신의 사랑은 별들로 태어나. 잊지 못할 그리움을 남기고. 별들이 질 때까지 헤어지지 못해. 늘 그리워만 한다. 더보기
벅의 노래 어느덧 황야는 그를 일깨우고. 달 뜨는 밤이 되면 친구들과 울부짖었네. 언 땅의 늑대들과 끝없이 노래하였고. 달빛의 따스함 속 마침내 운명을 버렸네. 그는 황야를 정복하였네. 그렇게 그렇게 커다란 황야의 개가 되었네. 더보기
해물파전 땅에서 핀 꽃들과. 바다를 향유한 생명의 만남을. 사랑이라 보았네. 이 노릿한 전병은. 하나 될수 없던 그들을. 몸 하나로 엮으려던 노력. 그들의 결실은 담백함, 매콤함. 쫀득함과 바삭함이란. 바다와 대지의 맛으로 피었지. 마침 오늘은 비가 내렸다. 더보기
슬프지 않은 꿈 사랑은 곧 끝나요. 잠깐만 꿀 수 있는 꿈이라. 이별보다 슬픈 건. 같은 꿈에서 깨어나. 다른 꿈을 꾸며 잠드는 삶. 가두려 하지 말아요. 사랑은 다 끝나고. 용기내 떠나려는 당신과. 나의 놓아줌 마저도. 자고 일어나면 기억되지 않는. 꿈이길 바라며. 더보기
꼬마김밥, 유부초밥 말던 밤 나 혼자 먹고자 김밥 마는 것도 이리 힘든데. 아이들 소풍 위해 김을 마시던 당신은 어떠했을까. 김 열 몇 장 마는 동안 인내를 배운다며 참다. 마지막 한장에서 밀려오던 기쁨. 당신은 아직 몇 십장을 더 싸시느라. 인내란 말조차 생각하지 못하셨겠지. 더보기
당신도 만난다 시인은 멀리 있지 않다. 인도에 있을 때도. 책 속에 활자로 있을 때도.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트위터는 그의 살아있음을 전했다. 흐르는 공기 타고. 데이터로 변해서 왔다. 누구에게나 나의 시인 같은 존재가 있다. 당신도 그 시인을 만난다. 더보기
소백산 정상 길목 눈 쌓인 너를 밟는 건. 양탄자를 걷는 기분이다. 네 몸 마지막 솟은 곳을 향해. 눈꽃 핀 나뭇가지들의 터널 지나며. 천국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생겼을 거라 확신했다. 죽어서나 만날 수 있던 바람과 경치를. 나는 그 때 미리 보았다. 더보기
견공 강아지와 친구해서 자랐고. 녀석을 종으로도 부렸다. 모험소설에 뻑가. 그를 신으로 보기도 했고. 여름이 오면 마지막 울부짖었을 그를. 요리한 음식으로도 만났다. 눈 감은 자들의 눈이 되어. 거리 지나는 너를 보며. 다음 생은 개로 태어나고 싶었다. 더보기
흥겨운 파티 나의 공간 안에서 구워진 생선은. 타지도 설 익지도 않은 채. 식도를 타고 넘어간다. 나의 오두막 아궁이 속에선. 타이머 오븐보다도 정확히 익는다. 남에게 권할 필요 없이. 나의 클럽 안에서 벌이는 파티는. 늘 흥겹고 맛있는 생선을 굽는다. 더보기
길 위에 놓아 난 그것을 모른다. 내가 아는 거라곤. 한 사람과 이별할 때. 여기가 아리도록 아팠다는 거. 길을 갈 때. 간혹 그것이 느껴진다는 거. 시를 만날 때의 두근거림이. 길 위에도 있기에. 내 안에 있는 것 보다. 여기에 묻고 싶은 너. 더보기
시가 되는 곳 누군가에겐 필드가 한주를 버티게 하는 기다림이고. 댄서들에겐 클럽이 휴식이리라. 낚시꾼들이 강과 바다를. 산꾼들이 산에 들고자 성실히 지나왔듯. 모두에게 삶을 버티게 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시를 쓴다. 모든 삶은 자신의 공간 안에서. 시로 피어난다. 더보기
맑은 하늘의 소낙비 해맑던 하늘에서 소나기는 왜 내리나. 당신이 비를 맞고. 우산을 기대하게 되고. 함께 비를 만나던 이를 떠올려. 사랑에 빠지기 위해. 흩어져 있던 구름들이 꽃으로 펴. 비를 주신다. 이제 시를 쓰라고. 더보기
2010 남아공 월드컵 별을 닮아 둥근 공이. 사람들 속에 들어온다. 대지를 달리던 기억 모여. 남아공 하늘 아래 둥근 별을 굴린다. 부부젤라 소리에 감춰진 꿈들. 내 맘 골문을 연다. 닫힌 문 뚫고. 꿈을 닮은 공은 저 먼 초원까지. 우리를 안고 떠난다. 더보기
막장 검은 폐 억누르기 위해. 담배를 피워야 했던. 지친 육신 다스리기 위해. 독주를 마셔야 했던. 아내를 사랑하면서. 주막집 아낙 노닥거림으로 위로받아야 했던. 역설의 삶은 끝나지 않는가. 도시의 피곤한 일상은. 어쩜 이리도 막장을 닮았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