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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보여지는 것들 앞 눈을 감아 보지 않고 들려지는 것들 뒤 귀를 막아 듣지 않는 씌어지는 것들 위 펜을 버려 쓰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 밑 그물 널어 모두 잡네 더보기
보고 듣고 싶은 것 서울의 밤하늘 보이지 않는 별 보려 망원경을 준비하듯 산에서 보이는 별들 밑 숨어 보지 못한 것 보려 눈을 감는다 커피집 떠들썩하게 들리는 수다 속 숨은 소리 듣고자 이어폰을 끼고 들리지 않는 파도 소리 듣고 싶어 나는 내 귀를 막는다 더보기
짧은 여행 빗소리가 없었지만 나가니 부슬비가 내린다 기분좋게 맞으며 슈퍼로 향하는 길 어느 집에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그간 비가 많이 왔지만 풀냄새는 황홀하다 마당 쓰는 아주머님 지나 다녀온 칠,팔 분의 짧지만 행복했던 여행 더보기
선물 민박집 아저씨가 싸준 막 수확한 열매 험한 길을 타 사람도 가게도 없던 곳 물도 없이 끝없는 오름을 오르다 까먹은 탈수를 막고 나의 지친 혈액 속에 당이 되어 흐르던 누군가에게 진한 선물을 하고 싶다 나의 목마르고 쓰러질 것 같던 가을날 제주 감귤의 추억처럼 잊혀지지 않을 인생의 선물 더보기
을밀대 냉면 내리쬐는 태양으로 부터 옮겨붙은 더위는 벌초 간 선산의 가을볕 보다 상쾌하다 눈부신 햇살 받은 사람들 모습 물냉면 속 살얼음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날 나는 하루종일 그곳 냉면이 당겼다 굵직한 메밀 면발 뚝뚝 끊어져 밀려오고 보정 안 된 사진처럼 투박해 뱉어내고 싶던 처음 먹던 날의 쓰라림 어느 새 가을의 초입에서도 떠나가지 않는 인연이 되어 그곳 냉명은 내게 닝닝한 육수 맛 만큼 편안한 고향 어느 할메가 멧돌 갈아 내놓던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변했다 햇살 강한 가을 길목 앞에서 반짝이는 사람들의 모습 듬뿍 담긴 그곳 냉면 다시 그립다 더보기
쌀과 밀 햇볕은 세상에 쌀과 밀을 주었고 밀꽃 익자 신은 빵 굽는 법과 면 삶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면이 빵을 밀어내며 이따금 국수는 잘 지어진 쌀과 함께 나의 식탁에 오른다 쌀과 밀로 축복 넘치는 상 신이 주신 만찬 더보기
와인 점원이 추천해 줘 산 이름 모를 스페인 산 와인 목넘김이 좋다 언제 마셔도 부드럽고 기분 좋은 술 와인은 뒤탈도 없다 내 일상의 사람들도 딱 와인 같으면 좋겠다 더보기
시인을 만나고 와 와인 몇 모금에 골아 떨어지는 저질 체력 마저 기쁜 새벽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게 날 깨우는 새벽 마눌님들이 계심을 가을의 신비로움으로 남겨두며 추억하는 저녁 설레임 더보기
운명 무슨 운명이 내 별에 와 닿았길래 신기가 떠나가지 않을까 점쟁이가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불쑥불쑥 찾아와 상영되는 미래 나의 운명은 보지 못하나 남의 것은 잘도 보는 운명 도둑놈 돈 안 받고도 점치는 영혼의 점쟁이 더보기
해장 속 쓰릴 땐 미인 보다 라면이 그립다 함께 술 마실 땐 몇 병 마시다가도 홀로 마실 때는 한 병도 힘들어 하는 속 술은 왜 여러 사람과 마실 때 연해지는가 더보기
한가위 풍년 저녁을 두유로 해결했더니 트림할 때마다 콩냄새가 올라온다 내 속에 콩이 자라고 있는 듯 가을은 벼만이 아닌 내 안의 콩까지 남김없이 수확하는 계절 콩이 익는다, 되새김 되며 콩밭의 풍년 북을 치며 꺼억꺼억 세상에 알린다 더보기
영천시장 어묵집 고교시절 서대문에서 독립문 사이 영천시장 지나며 사먹던 어묵 막 빚어낸 따뜻하고 동글동글한 친구 둘과 만두 백개 해치우던 시절 아르바이트 마치고 오는 길 늘 배가 고팠지 아저씨가 더 얹어줘도 항상 부족하던 그곳 영천시장 어묵집 더보기
장수 화살처럼 날아와 꽂히는 비아냥에 침묵할 수 있음이야 말로 장군의 덕 아니겠는가 누가 진정한 전사인가 아무 때고 화살을 쏴대는 겁쟁이 궁수들인가 비처럼 퍼붓는 화살들을 맞고도 버틸 줄 아는 그의 침묵인가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 동영상 - 15 고딩 때부터 김지연 씨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그 땐 그녀의 외모를 잘 몰랐는데, 최근에서야 참 온화한 미소를 가진 분이란 걸 느끼고 있네요. 피아졸라의 유명한 "Oblivion"(망각)을 그녀만의 해석으로 아주 우아하게 연주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무한반복 모드로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텍스트 식별을 위해 영상은 원본과 달리 모노톤으로 변경해 수정을 좀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망각"이라는 곡의 제목이 시인님의 시 내용과 겹쳐지면서 묘한 느낌을 주네요. ( PC에선 글자가 찌그러지니, 아래 오른쪽 스피커 아이콘 옆 전체화면 버튼 눌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  * 마지막 자막의 "Violin"에서 "i자 하나 빠졌음을 트친이 알려주셨습니다. 동영상 수정하고 다시 올리는 게 시간 좀 걸리거든요^^ .. 더보기
커튼에 가려도 삶이 커튼을 내려 감추려 해도 나는 그 안 당신을 본다 한번 보고 만나지 못할 운명이어도 기억의 앨범에 담아 꺼내보고 기억조차 말라 잊혀질 때 흐르는 피에 섞여 온 당신 힘으로 커튼을 연다 그때 또 당신을 보리라 시로 태어나 반짝여줄 당신과 나의 추억이 빚어내는 환생 더보기
어느 가을 반한 여인 지나가며 만난 여인은 스마트폰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였을까 버스를 기다리는 데였나 버버리 코트를 입고 있었을지도 스카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신비에 가려진 여인 기억에 잡힌 단 하나의 모습 기다란 손가락은 똑같이 생긴 사람들 사이 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을 볼 수 있던 열쇠 그 손가락의 우아한 춤을 따라 나의 가을 오후는 밝혀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채워져 흐릿한 흑백사진처럼 남는다 더보기
어느 모기의 죽음 가을 모기 하나 모기향에 취해 아이폰 위 떨어져 마지막 입맞춤을 한다 모기의 터치에 놀란 아이폰은 "Star Walk" 어플을 켜고 모기의 삶은 별자리 사진 속 화석처럼 남은 채 유성이 되어 떨어진다 허블망원경이 사라지는 별을 기억해 다음날 아이폰 "Stark Walk" 어플 "오늘의 별사진"으로 보내오고 많은 이들의 아이폰 속 아름다운 별똥별 모습으로 담겨 나와 사람들의 손을 타고 가슴 안에 저장돼 남는다 더보기
가을의 담배 가을의 담배는 둥글다 원 안에 원이 있어 긴 담배 한 까치를 밤 새 피워도 아침까지 남는 불씨 그 사이 모기들의 여행은 멈추고 낙화하는 요정들을 따라 나의 하루도 눈을 감는다 모기와 함께 피우는 가을의 담배는 삶의 반복처럼 둥글고 그 속에서 또 둥글어 망각의 소용돌이처럼 밤 새 모기와 나의 삶을 태운다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 동영상 - 14 이 시를 잘 해석한 건지 모르겠군요. 음악은 Mike Simpson의 "Shake Your Groove Thing" 입니다. "슈렉 포에버"의 매력적인 캐릭터 "피리부는 사나이"가 모든 이들을 춤추게 만드는 마법의 곡으로 쓰였었죠. ( PC에선 글자가 찌그러지니, 아래 오른쪽 스피커 아이콘 옆 전체화면 버튼 눌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  더보기
모스부호 모기와 나누는 모스부호 나는 대양을 건너는 요트 위 무선 전신사 너의 달겨듬이 사랑의 표현이고 삶의 농사인지 알 수 없지만 나누어 주던 나의 피 보다 나눈 뒤에 남는 가려움의 상처가 슬퍼 뚜두두두 모스부호를 친다 내년에 다시 사랑하자고 더보기
이별의 시 PC 프로그램으로 모기가 싫어하는 고주파음을 내 그들을 쫓아낸다 화학전처럼 에프킬러와 모기향으로 숨통을 조이거나 환영의 손벽치기로 압사시키지 않는 내 이별의 노래 돌고래가 돼 초음파로 모기들에게 시를 쓴다 저 멀리 떠나가라는 슬픔의 시어를 더보기
2010년 가을에 핀 꽃 천원에 두 개 하는 양파 친구 배추가 도시까지 오는 사이 튀겨져 포기에 만원이라며 삶을 희롱해도 나의 식탁 한 켠 꽃밭을 만든다 이웃 상추가 종적을 감춰도 배추처럼 주역이 되지 못해도 고기와 음식 속 삶을 던지며 매캐한 눈물 주고가는 둥근 꽃이여 더보기
늪 속의 호수 저녁 먹고 들어와 빠져드는 늪 엄마의 품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을 잊는 잠 긴 시간 함께 못함을 알면서도 운명처럼 빠질 수 밖에 없는 짧지만 깊은 하루의 호수 더보기
환생을 빌며 저공비행으로 낮게 깔아서 날아오는 가을 모기 나에게 오고 계시기에 그대는 님인가 어서 와요 가을의 요정 두 손 벌려 만남을 준비하고 있으니 힘찬 환영의 박수 한 방 쳐 멋진 환생을 빌어드리리 다음 생에서는 우리 꼭 연인으로 만나요 더보기
에어컨과 형광등 끄지 않고 잠든 가을날의 아침 아침의 시큰한 코는 말한다 곧 들이닥칠 겨울에도 추위를 즐기며 무더운 여름날을 기억하라고 간밤 못 끄고 잠든 아침의 형광등은 말한다 일 하며 낮을 보내더라도 밤처럼 무언가 너를 위해 깨어있기를 꿈을 꾸더라도 늘 너의 시간을 포기하지 말라고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 동영상 - 13 뒷조사를 해보니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는 아이슬란드의 천재 작곡가라 하더군요. 87년생.ㅋ 이 친구의 "Slowly, Comes the Light"란 음악을 가지고, 에스테반 디아코노(Esteban Diacono)란 양반이 뮤직비됴를 만들었는데, 이 영상에 시인님의 시를 흩뿌려 봤습니다. 글자 구분이 잘 되게 하고 시를 전달하기 위해 디아코노 감독의 뮤비 영상은 톤을 좀 죽였습니다. 원본을 보고 싶은 분들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bit.ly/9J4g6p ( PC에선 글자가 찌그러지니, 아래 오른쪽 스피커 아이콘 옆 전체화면 버튼 눌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 동영상 - 12  가끔 이런 시도 올려주셨죠. 노래 가사가 뜨겁게 외친다면, 시인의 시에는 쓸쓸한 스토리가 있군요. 오리지널 곡 보다 더 좋은 몇 안되는 리메이크 곡과 함께~! ( PC에선 글자가 찌그러지니, 아래 오른쪽 스피커 아이콘 옆 전체화면 버튼 눌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와 HAL의 시) 동영상 - (번외편)  시인님 시 팬분들께 누가 될지도 몰라 작업만 해놓고 안 올렸던 건데 함 올려봅니다. 시인님이 트위터에 올려주신 시가 아닌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 담긴 옛 시이죠. 제가 좋아하는 시이고, KBS "낭독의 발견"에서 방송 탄 뒤 삘 받아 저도 시를 하나 지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시인님이 트위터에 올려주신 시들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사이, 잠깐 '쉬어 가는 페이지' 정도로 이해해 주심 감사. ( PC에선 그냥 보시면 글자가 찌그러지니, 아래 오른쪽 스피커 아이콘 옆 전체화면 버튼 눌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 동영상 - 11 2008년, 칠레 차이텐 화산 폭발 장면 이미지 세 장을 사용했습니다. 폭발 직후 번개가 함께 출동했다는군요. 하늘과 땅이 그날 불장난으로 신났었나 봅니다. 배경음악은 반젤리스 옹이 OST 맡았던 "불의전차" 메인 테마입니다. 어제 트위터에서 한 분이 시인님 시를 보고 "문장마다 감탄해요", 라는 멘션을 주셨죠. 시인님을 "시어의 아마존강"이라고 답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시인님 별명은 이제부터 아마조네스라고요.ㅋㅋ "난잡한 말들의 총 들고 쳐들어온 자칭 문명인들로 부터 끝없이 흐르는 시어들로 가득 찬 아마존 강을 지키려는 최후의 전사" 라고 지껄였었는데, 전 이 말 농담으로만 한 게 아니었지요. 이 시를 보면 왜 제가 신비롭고 곱상한(?) 시인이신 이 분한테 전사라고 했는지 느껴지실지 모르겠군요. 활만.. 더보기
류시화 시인님 시 동영상 - 10 며칠 시인님의 덩치 큰 시들을 영상화 하느라 웅장한 스타일의 영상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은 조금 예쁜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4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각 연 마다 식물의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사용한 네 컷의 이미지는 관련한 것들을 판화 스타일로 표현해 본 것입니다. 사용한 음악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입니다. ( PC에선 그냥 보시면 글자가 찌그러지니, 아래 오른쪽 스피커 아이콘 옆 전체화면 버튼 눌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 * 사적인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시인님의 어머님께서는 아직 시인님 곁을 지켜주고 계시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