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며 만난 여인은
스마트폰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였을까
버스를 기다리는 데였나
버버리 코트를 입고 있었을지도
스카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신비에 가려진 여인
기억에 잡힌 단 하나의 모습
기다란 손가락은
똑같이 생긴 사람들 사이
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을 볼 수 있던 열쇠
그 손가락의 우아한 춤을 따라
나의 가을 오후는
밝혀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채워져
흐릿한 흑백사진처럼 남는다